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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서울대 신입생들이 읽은 책은?.. 자연과학 ‘필경사 바틀비’, 인문대학 ‘채식주의자’ 등 7권 ‘눈길
  • 등록일
    2024.09.06
  • 서울대 아로리 ´2024 신입생들의 서재´ 공개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 ‘2024학년 서울대 신입생들의 서재’가 공개됐다. 서울대 새내기 7명이 자신의 진로와 가치관, 삶의 방향을 확립해가는 데 영향을 받은 책을 소개하는 코너다. 각 신입생이 어떻게 책의 내용에 접근했는지, 책을 통해 어떤 점을 느끼고 생각하게 됐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어 수험생은 서울대가 권장하는 ‘진정한 독서활동’의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 서류평가부터 학생부 독서활동사항이 반영되지 않고, 자소서가 폐지됐지만 서울대는 독서활동을 꾸준히 중요시하고 있다. 대입에 직접적으로 활용되지 않더라도 독서를 통해 쌓아 올린 지적인 역량은 학생부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학종 가이드북을 통해 밝힌 면접 및 구술고사 대비 팁 역시 ‘독서활동’이다. 특히 다소 깊이 있는 제시문을 활용하는 인문학/사회과학 관련 면접은 단기간의 면접 준비로는 해결할 수 없어 독서활동을 성실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더 알고 싶은 분야의 전문서적을 찾아 읽을 수도 있고,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들 수도 있다. 책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으로 또 다른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분야의 책이든지 읽고 또 읽어가는 사이에 생각하는 힘, 글쓰기 능력, 전문 지식, 의사소통 능력, 교양이 쌓여갈 것이다. 타의에 의한 수박 겉핥기식 독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 그 책이 나에게 왜 의미가 있었는지, 읽고 나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들의 서재’에서 소개된 책은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죽인 시인의 사회(N.H.클라인바움)’, ‘채식주의자(한강)’,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J.파머)’, ‘필경사 바틀비(허먼 멜빌)’,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등 7권이다. 서울대는 2022년까지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통계를 공개해왔으나, 지난해부터는 신입생들이 각 도서에서 찾은 의미에 중점을 두고 소수의 책을 상세히 소개하는 방향으로 해당 코너를 개편했다.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 ‘2024학년 서울대 신입생들의 서재’가 공개됐다. /사진=서울대 아로리 홈페이지 캡쳐

     

    <사회과학 새내기의 서재.. ‘사람, 장소, 환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사회과학 새내기 K가 의미있게 읽은 책은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다. K는 고교 1~2학년 재학 중 당시 어려운 수준의 개념이 많아 도무지 읽히지 않았지만 끝까지 읽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진로 탐색 과정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역할을 한 책이라고 꼽았다. K는 “책을 끝까지 읽으려 애쓰면서 책에서 제시하는 ‘절대적 환대’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었고, 내가 속한 사회를 한 발짝 밖에서 바라보며 부조리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는 논리적 과정에 매료됐다. 이런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학자라는 직업이라는 사실도 이때 실감한 것 같다. 또 차가워 보이는 문장 속에 진심으로 인간을 포용하고 보호하는 사회를 꿈꾸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런 책을 쓰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K는 독서가 단지 입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책에는 방대한 지식과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어 새로운 것을 배울 때에도, 인생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점 역시 강조했다. 문해력과 사고력은 수학 과학 국어 등 모든 과목에 필요한 능력이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은 성적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K는 수리 능력이 탁월하진 않았으나, 수학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문제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연습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탐구 보고서 등의 과제에 있어서도 글을 명료하게 잘 쓰는 것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K는 “어떤 직업을 가지든 내 안에 있는 것을 상황에 맞게 가공해 내놓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독서는 이것들을 배우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성숙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사회과학 새내기 L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J. 파머)’를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꼽았다. ‘내가 아는 그 정치로 도대체 어떻게 비통한 자들의 마음을 달랜다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었는데, 작가가 말하는 비통함이란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종류의 비통함이었다는 것이다. L이 이해한 책 속의 ‘비통함’은 내가 살아온 공동체가 점점 사납게 변해갈 때, 오랜 세월 간직해 온 가치관과 신념이 무너질 때, 동료 시민들이 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할 때 느끼는 공동체에 대한 희망의 상실을 뜻한다. L은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룬 대부분의 도서들은 제도적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독특하게도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에 집중했으며, 해결책 역시 바람직한 소통을 통해 ‘마음의 습관’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치 분열과 극단주의, 소통의 부재에 지친 사람들, 더 나은 공동체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이 책은 정치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결국 시민들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고 설명했다. 

     

    L은 독서가 ‘진짜 공부의 수단’이었다고도 말했다. L은 “진짜 공부는 진심으로 흥미가 생기고, 할 때면 즐겁거나 화가 나는 등 감정이 동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부는 국어 수학 영어처럼 입시 공부를 할 때는 할 수 없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관심사를 탐구하는 진짜 공부를 함에 있어 가장 좋은 수단은 검증된 자료와 지혜,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책”이라고 전했다. 

     

    <인문대학 새내기의 서재.. ‘죽은 시인의 사회’, ‘채식주의자’>

     

    인문대학 새내기 C는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죽은 시인의 사회(N.H.클라인바움)’를 꼽았다. 고교 시절 갇혀있던 사고체계의 틀을 깨준 책이라는 설명이다. C는 “작중 키팅 선생님이 하는 말들, 가령 ‘carpediem(현재를 살아라)’ ‘부끄러워하지 말라’ 등은 고교 시절 망각하고 살아오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줬고, 그 과정에서 늘 시키는 것만 착실하게 하던 저의 행동이 오히려 저를 짓이기는 짐이 된다는 것을 알게 했다. 이를 깨달은 뒤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며 사랑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다시 힘을 내 살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보고 자아를 어루만져주고 마음 속에 교훈을 새길 기회를 주는 것도 독서의 이점”이라고 밝혔다. 

     

    C는 책을 하나의 선생님처럼 여겼다고 말했다. 일반계고에서 어문 관련 학과로의 진학을 희망했으나 언어나 문학에 대한 정보가 한정적이어서 환경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교과 과정에서 얻을 수 었던 진로와 관련한 정보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C는 “진학하고자 하는 불어와 불문학에 관련해 알베르 카뮈, 아니 에르노, 몰리에르 등의 작가에 대해 탐구하고 정리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진로와 관련한 책을 읽고 활동해 지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고, 그렇게 모인 지식을 바탕으로 학교의 교과 외 활동을 진행했기에 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고교 생활을 하며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다소 한정적이라 교과 외 활동을 지식 내에서만 진행한다면 그만큼 얕은 정보만을 담을 수 있을 것이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인문대학 새내기 K는 ‘채식주의자(한강)’가 고교생활 중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꼽았다. 폭력성과 가부장적 제도에 맞서는 한 인가의 삶, 그 삶에서 느껴지는 고단하고 단호한 용기와 태도는 충격을 안겼다는 설명이다. K는 “평소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이 다수 포함된 영상 매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가 즐겨보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스스로가 유별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폭력성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기를 원하는 책 속 영혜의 모습을 통해 위안을 받기도했다. 또 폭력성은 거부하지만 육식과 같은 폭력성을 추구하는 나의 모습에는 모순을 느꼈다”고 말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짧은 기간이지만 방학동안 실제 채식을 했고, 이를 통해 폭력성을 거부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도 밝혔다. 

     

    K는 책을 읽는 이유로 ‘한정된 시간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짧은 시간 속 많은 경험을 한다면 관심사를 발견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의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도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편적인 영상의 경우에는 흥미롭긴 하지만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힘이나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힘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과학 새내기의 서재.. ‘필경사 바틀비’>

     

    자연과학 새내기 K는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책으로 ‘필경사 바틀비(허먼 멜빌)’을 꼽았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실존주의적 철학을 지지하는 책이다. K는 “그동안 철학적 사유를 하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이같은 결론이 실존주의 철학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존주의 철학자의 서적을 읽어 명확한 이해를 이끌었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문장으로 쉽게 설명되는 실존주의 철학의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의 철학적 사유들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었다.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을 신경 쓰던 습관이 단점이었는데 이를 버리게 됐다. 돈 명예 등 세속적인 욕망들을 벗어나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물리학 공부에도 정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K역시 독서의 의미가 ‘대입’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 역사 지식 경험 언어 등 특히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데 도움이 크다는 것이다. K는 “독서는 지식을 얻는 가장 표과적인 방법이다. 여러 아이디어와 타인이 한 경험을 나의 경험으로 내재화할 수 있다. 다른 문화권을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문체와 어휘를 접하면서 언어 능력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공부만 하다가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사범대학 새내기의 서재.. ‘평균의 종말’>

     

    사범대학 새내기 L은 고2 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읽은 ‘평균의 종말’을 소개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던 부분은 교육관이다. L은 “사람마다 배우고 성장하는 방식과 속도는 제각각임에도 모든 사람의 평균에 맞춰 단 하나의 교육과정만을 동시에 따르게 하는 것은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친구들의 학습을 도우며 단순히 성적에 의존한 학습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이해가 부족하고 조언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L은 독서가 대입에 반영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학종을 준비하는데 여전히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L은 “처음에는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만약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서울대에 오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관련된 내용을 학습하는 주도적인 학업태도를 키우는 일이다. 즉 책을 읽지 않는다면 ‘수업시간에 배운 것만 학습하는 수동적인 학생’의 모습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니 어려운 책이 아니더라도 관심있는 분야나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과 관련있는 책에서부터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농업생명과학대 새내기의 서재.. ‘정의란 무엇인가’>

     

    농생대 새내기 H는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을 소개했다. 살아가는 동력을 만들어준 책이라는 이유다. H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고자 하는 동력을 줬다. 그 동력은 지금까지도 보다 다양한 것을 접하고 다양한 문제에 도달하며 답을 찾아가고자 하는 열정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H는 독서가 완벽히 평가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독서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독서의 결과인 자신만의 생각과 지식의 깊이는 자연스럽게 평가의 과정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H는 “나에게 독서는 높은 지식의 경지에 오른 분들의 생각을 배우며,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가를 발견하게 해준 활동이다. 책은 자신만의 지식 활용법, 사고, 가치관 등을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활동이 서류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진정한 학습자라면 독서를 불가분한 관계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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