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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대 자연계열 모집단위별 이수 권장과목 ‘사실상 필수’.. ‘학종 교과 선택 가이드라인’
  • 등록일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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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집단위 진학에 최소한 과목 이수 필요"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고려대가 고교 교과선택 ‘이정표’ 역할을 하는 자연계열 이수 권장과목을 발표했다. 과목은 ‘권장’ 차원에서 제시됐지만 특히 학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사실상 필수적으로 이수 권장과목을 따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와 자소서 폐지 등으로 평가항목이 줄면서 교과 선택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고대는 그간 계열관련 역량을 평가요소로 활용하면서 지원 모집단위와 관련한 과목이수여부를 평가에 반영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모집단위별 권장이수 과목을 보다 명확하게 안내했다는 게 고대 측 설명이다. 서울대에 이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에서는 두 번째로 자연계열 이수 권장과목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고대는 지난해 3월에도 연대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연계 모집단위의 수학/과학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을 제시한 바 있다. 상위대학 5개교가 발표한 ‘고등학생 교과이수 과목의 대입전형 반영 방안 연구-자연계열 모집단위를 중심으로’ 연구 보고서가 모집단위별 핵심과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에 따라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과목 선택을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대학이 이수 권장과목을 제시하는 이유는 ‘문이과 통합’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허들’을 제시한 의미도 깔고 있다. 통합형 수능 실시 이후 대학 수학에 필요한 고교 과목 이수 없이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대학에서도 교육에 어려움이 크고, 학생들의 적응도 또한 낮아지면서 중도이탈률이 높아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학종 본산’ 서울대가 지난해 핵심권장/권장과목 등을 가장 먼저 제시하고, 연구 외 공식적으로는 고대가 그 뒤를 이으면서 상위대학 전반으로 권장과목 제시 분위기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대가 교과목 이수 가이드라인 격인 자연계열 이수 권장과목을 21일 발표했다. /사진=고대 제공


    <고대 2025수시 자연계열 이수 권장과목.. ‘기하, 과학 응시과목 확인’>

     

    고대가 고교 교과선택 가이드라인 격인 2025수시 자연계열 모집단위별 이수 권장과목을 21일 공개했다. 지난해 5개교 공동연구 등과 같이 전년도까지는 입학 후 해당 모집단위 수학에 필요한 최소한의 과목이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안내해왔지만 올해는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모집단위별 권장 이수과목을 명확히 안내했다. 고대 인재발굴처 관계자는 “모집단위별 권장이수과목은 지난해 5개교 공동연구 결과와 본교 학과의 의견회신을 통해 결정된 내용이다. 진학을 위한 필수이수과목이 아닌 대학과정을 수학하기 위한 권장 과목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전했다.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한해 수학의 ‘기하’ 이수 권장 여부와, 과학 교과목 중 권장하는 과목을 제시하면서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을 돕는다. 모집단위별로 살펴보면 과학의 경우 의대와 간호를 포함해 생명과학 환경생태공 바이오시스템의과학 생명공 식품공 화생공 보건환경융합과학 등의 모집단위는 ‘화학/생명과학’이 권장과목으로 제시됐다. 융합에너지공 신소재공 바이오의공 스마트모빌리티의 경우 ‘화학/물리학’을, 물리 전기전자공 차세대통신 기공 반도체공의 경우 ‘물리학’을, 화학의 경우 ‘화학’을, 지구환경과학의 경우 ‘지구과학’을 이수하는 것이 좋다.

     

    <대학 전반으로 확산되는 권장과목.. ‘문이과 통합 유불리 방지’>

     

    고대뿐 아니라 최근 대학 전반에서 권장과목 도입 움직임이 드러난다. 시작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2022년 공개한 2024전형계획에서 ‘전공연계에 따른 핵심권장/권장 이수과목’을 제시하고 2024대입부터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반영하고 나섰다. 의예는 핵심 권장과목으로 생명과학Ⅰ, 권장과목으로 생명과학Ⅱ 미적분 확률과통계 기하를 두고 있는 식이다. 특히 1,2점 차이로 합불이 갈리는 서울대 입시에서 권장과목의 이수 여부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고교 현장의 목소리다.

     

    이어 지난해 고대 연대 성대 중대 경희대 역시 공동연구를 통해 권장 과목을 밝혔다. 특히 2015 교육과정 개편과 고교학점제의 운영 확대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은 점점 넓어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은 모집단위에 따른 권장 이수과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이때 상위대학 5개교가 제시한 권장과목은 해당 5개교를 준비하는 수험생뿐 아니라 모든 자연계 학생들에게 구체적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장과목 도입 배경엔 통합수능을 비롯한 ‘문이과 통합’의 부작용이 있다. 통합수능 도입과 더불어 최근엔 선택과목 제한도 폐지되면서 자연계임에도 미적분/기하를 모르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며 대학 내에서는 자구책 마련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5개교 연구의 ‘학문 분야 수학에 대한 교수 의견’에서는 “공대의 경우 미적분학 일반물리학 등 이공계 교육 이수에 따라 학년별 편차가 심하고, 교육에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권장과목은 대학에서 고교 과목을 다시 이수해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것이다.

     

    특히 높아지는 중도이탈률 역시 고려 조건인 것으로 보인다. 한 상위대학 입학팀장은 “대학 입장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이탈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집단위마다 필요로 하는 최소 교과목 이수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 적응률과 중도이탈률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서류축소와 자소서 폐지 등 살펴볼 수 있는 평가요소가 줄었다는 점 역시 도입 배경이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와 자소서 폐지 등으로 학생의 전공관심도와 계열적합성을 살펴보기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과목이수현황을 통해서라도 전공적합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장과목 강화는 2028대입개편 이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심화수학이 폐지되며 이공계에서는 최소한의 허들을 두어 기초학력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부 5등급제와 수능 과목/범위 축소로 변별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대학은 여러 카드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2028대입개편의 본격적인 도입 전, 사전대응을 하는 셈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권장과목에 대한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지난해 심화수학 폐기에 대해 “이공계에 갈 아이들은 미적분Ⅱ나 기하를 내신에서 거의 다 들어야 된다. 대학은 (내신)평가를 통해 아이가 미적분Ⅱ 기하를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화수학이 수능에서는 빠지지만, 대학에서는 내신에서의 관련 과목 이수 여부를 자격 조건으로 넣을 수 있다는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이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망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권장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이럴 경우 교육부가 내세운 문이과 통합이 무색해지고, 고교 내 과목 쏠림 역시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한 상위대학 입학팀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원하는 과목이 있다고 제시할 수가 없는 게 그렇다면 고교가 대입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진로선택과목이 들어오면서 기준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는데 우리 대학은 간접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이 그 과목만 수강하게 되니 긍정적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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