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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자] 서울대 입학전형 문이과 통합선발로 바뀐다?.."자기성찰적 의미로 해석해야”
  • 등록일
    2022.08.22
  •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교육현장 혼란 우려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18일 일부 언론들은 ‘[단독] 서울대, 신입생 뽑는 방식 바꾼다…´파격 실험´’, ‘서울대, 학과 구분없이 신입생 뽑는다… ´통합선발´ 추진’ 등 서울대가 문이과 통합선발을 한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과연 사실일까. 기사의 골자는 서울대는 학과간 장벽을 허물어 전공/학과/단과대학 구분 없이 통합선발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입학전형도 개선해 현재 문/이과별로 나뉜 지원자격 등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봄/가을 2학기제로 나뉜 국내 대학의 학사일정을 가을/겨울/봄 3학기로 나눈 3학기제를 추진하자고도 했다. 통상 3월에 시작하는 학기를 해외대학처럼 9월에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내용들은 실제 서울대가 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20-2040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 담긴 내용과 같다. 

    문제는 보고서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컸던 문이과 통합선발부분을 대부분 일간지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마치 당장 서울대 선발방식이 바뀔 것처럼 몰아간데 있다. 서울대 선발방식의 변화는 학생부종합을 서울대가 도입하면서 현장에 안착시킨 과정에서 드러났듯 우리나라 초 중 고 교육지형 전반을 바꿀만한 파격적 사건이다. 언론들이 보도한 제목들로만 보면 당장 초 중 고 학부모는 물론 수요자 대부분이 대입을 겨냥해 발빠르게 움직일만한 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보고서 내용이 하고 싶은 얘기는 서울대 입시체제의 변화이기 보다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언급하면서 학과간 장벽이 높은 현실에 대한 깊은 자성에 있기 때문이다. 문이과통합선발 부분은  2022-2040년 향후 20년간 중장기 발전계획을 담고 있는 보고서 가운데 일부만 발췌한 내용으로 일단 당장 벌어질 일이 아니다. 20년후라는 장기적인 계획이라 할지라도 실현되려면 통합형수능 수시/정시등 수요자들이 동의하는 대입의 큰 틀 안에서 접근해야한다. 수시정시 비율을 놓고도 3년간 의견수렴끝에 대입체제 개편을 원점으로 돌렸던 공론화과정을 돌이켜보면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은 얘기인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최근 세계대학 중 갈수록 떨어지는 대학의 위상과 학내 내부에서 불거지는 위기의식 등과 보고서를 발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통합선발은 학과간 높은 장벽을 두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학내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자성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대는 폐쇄적인 학사구조로 인해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논의가 불거지자 ‘대학이 인력양성소냐’는 학내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게 여러 차례다. 여기에 포함된 내용들은 20년 뒤 먼 미래를 그린 것이지 현재 입시체제에 그대로 적용해 해석해선 곤란하다. 현 대입이나 고입 등 교육체제와 어긋나는 부분도 많고, 서울대가 진행한다고 해서 전체 입시 틀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관계자 역시 우려부터 표명했다. “최근 언론이나 교육계에 알려진 입학에 관한 내용은 보고서 중 극히 일부분을 부각해 해석한 것으로 오해를 몰고 올 수 있어 우려된다. 쉽게 말해 대학의 ‘희망사항’을 담은 것인데 이를 당장 도입할 것처럼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 통합선발은 미국대학 버클리나 UC처럼 신입생을 선발한 뒤 무학과로 전공진입을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본 것. 미래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된 차원으로 해석하면 된다. 최종 보고서는 가을 경 발행되는 것으로 안다.”

    보고서 역시 위원회에서 마련한 제안적 성격의 계획안으로 서울대가 공식 검토하거나 추진하기로 결정된 공식 의제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보고서 맨 앞 장에도 “서울대는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세계를 선도하는 초일류 대학으로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아시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위상이 추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 발전계획에서는 서울대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할 7가지 핵심 과제들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제안한 중장기 발전계획에는 서울대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한 적극적인 개혁 방안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7개의 주요 의제가 담겼으며 그중 학과 간 장벽 없애기는 첫 번째로 담긴 사안이다. ▲전공/학과/단과대학 간 장벽 없애기 ▲생애 전주기에 걸친 개방적 교육 체계 수립 ▲도전적 융합 연구 ▲사회공헌 확대 ▲전략적이고 질적인 국제화 ▲다양성이 존중되는 포용적 무장벽 캠퍼스 구현 등이다. 서울대는 이번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전 교직원과 학생, 동문을 대상으로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학내 의견을 수렴하고 세 차례 공청회, 두 차례 이사회 워크숍 등을 거쳤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서울대 입시 변화에 초중고대입 지형이 출렁이는 만큼, 당장 실현되지 않을 내용에 대해 오해가 쌓일까 우려된다. 해당 보고서에 실린 제안들은 실행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큰 의미도 없어 보인다. 다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서울대가 검토/논의하려는 위기와 추진과제는 서울대 뿐 아니라 현재 국내 대학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인 만큼 대학과 교육계 전체가 미래 교육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각종 언론들은 서울대가 문이과 통합선발을 한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과연 사실일까.

    <‘학과 간 장벽 없애기’.. 무학과선발 등>

    보고서는 지난해 4월, 오세정 총장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연구로 대학의 향후 20년 비전 달성을 위한 중점 추진 과제들을 담고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따른 전공/학과 장벽 없애기, 정원 축소 등 파격적인 구상이 포함돼 주목 받고 있다. 

    학과 간 장벽 없애기는 보고서에 첫 번째로 제시된 사안이다. 보고서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글로벌 시대의 유연한 학사구조 확립’을 꼽았다. 위원회는 “현재의 단과대학(원)·학과(부)·전공 체제는 취약학문 보호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회문화적 변화와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단과대학(원)·학과(부)의 장벽 허물기라는 과제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예시로 ‘스쿨 오브 컴퓨팅(School of Computing)’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학과/전공 별로 칸막이가 쳐져있는 공대 전기정보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 연합전공인공지능, 연합전공인공지능반도체공학, 협공과정인공지능전공 등을 학부 차원에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정원 증대 없이 디지털 관련 학부 전공자 수를 늘리고, 기술적/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과간 장벽을 허물기 위해 입시제도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전공/학과 별로 나눠 뽑는 모집단위를 없애고 문이과 별 지원자격도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기존의 학과 시스템 운영을 위해 일정 수의 학생은 학과 단위로 선발하고, 나머지 대다수의 학생은 무(無)학과로 입학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전공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현행 다전공 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중기적으로는 무(無)전공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융합 교육을 제공하고 전공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은 입시, 대학조직, 전공 설계는 물론, 교수 충원과 소속의 자율화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 전반과 맞물려 있어 치밀한 대책 없이 전공 분야 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는 학과 간 장벽 없애기 중 3학기제, 9월학기제 등도 제안했다. 현행 봄/가을 2학기제로 나뉜 국내 대학의 학사일정을 가을/겨울/봄 3학기로 나눈 3학기제를 추진하자고도 했다. 통상 3월에 시작하는 학기를 해외대학처럼 9월에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는 “글로벌 고등교육 교류를 위한 제도적 보완으로, 9월에 새 학년도를 시작하는 제도개편 등 글로벌 교육 과정의 표준에 부합하는 학사일정 조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3학기제는 긴 겨울 방학을 없애고, 9~11월, 12~2월, 3~5월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각 3개월 12주씩 진행되는 정규 학기와 6~8월의 여름 방학을 교환학생, 인턴 등 다양한 커리어 탐색 및 현장 경험 기회로 활용하고 국제 하계 강좌 등으로 학사 일정을 재편한다. 

    9월학기제의 경우 학생 선발은 지금처럼 12~1월에 하고, 9월 정규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6개월은 기숙대학을 이용해서 신입생들에게 다양한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무(無)학과 입학을 핵심으로 하고 현행 자기설계 전공을 확대하는 학사제도를 확대 추진하는 기반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2026년까지 일부 학생의 관악학생생활관 입주를 의무화하는 관악형 기숙대학(RC) 도입도 주장했다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서울대학교 입학생들의 다수가 특정 학군과 지역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불균형은 같은 학과 내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배경과 전공의 학생들이 소속 단위와 학년의 한계를 넘어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타격이 지방대에 집중되지 않도록 학부 정원 감축에 동참하자는 주장도 포함됐다.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사회공유형 선발 제도를 도입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부 정원 감축, 사회공헌 활동의 필수화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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